산삼의 생육
삼은 인삼의 본디말이며 속어로 ''심''이라고도 한다.
삼이란 말은 아직도 농가에서는 ''삼밭'' ''삼씨'' ''삼장'' ''삼캔다'' ''삼깎는다''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한 ''심''이란 말도 ''심마니'' ''심메마니'' ''심봤다'' ''심좋다''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인삼이란 말은 뿌리 모양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재배삼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사용되어온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까지 재배삼이 없었다.
그런데도 통일신라시대부터 문헌에 인삼(人蔘)이라고 표기된 것을 보면 인삼이 본래 재배삼을 일컫는 말이 아이고 산삼을 지칭하는 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부터 삼 재배가 확산되고 재배삼이 다량으로 생산, 보급되면서 처음에는 가삼(家蔘)이라고 부르던 것이 차츰 인삼으로 불리어졌다.
따라서 본래부터 인삼이라고 불리던 천연삼은 산삼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인삼이란 명칭은 재배삼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삼에 대한 명칭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천되어 왔다. 삼이 생육된 장소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게 불리어왔다.
산속 깊은 숲속에서 자생하며 성장한 삼을 산삼(山蔘) 또는 야삼(野蔘)이라고 부른다.
논이나 밭에다 전포(田圃)를 만들고 씨를 뿌려 자라게 하여 수확한 것을 포삼(圃蔘) 또는 가삼(家蔘)이라고 한다.
포삼 중에서 좋은 땅에 심었다가 캔 것은 양삼(養蔘) 또는 양직(養直) 이라 부르고 보통 밭에 심은 것을 직삼(直蔘) 또는 토직(土直)이라 한다.
밭에서 캐내어 깎지 않고 말리지 아니한 것을 수삼(水蔘)이라고 하며 햇볕에 건조한 삼을 백삼(白蔘)이라 하고,
솥에 넣어 쪄서 말린 것을 홍삼(紅蔘)이라 한다. 이것은 모두 가공 여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생산지역에 따라 지명을 따서 개성에서 생산된 삼을 송삼(松蔘)이라하고, 금산에서 생산된 것은 금삼(錦蔘)이라 한다.
평북 강계나 강원도에서 생산된 것을 강삼(江蔘)이라 하고 강원도 인제에서 생산된 것은 기삼(麒蔘)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재배여부에 따라 전답에서 재배한 삼을 인삼, 산에서 천연적으로 자란 삼을 산삼이라 한다.
산삼은 귀하고 값이 비싸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산에다 삼씨나 일년생 세근을 심어 두었다가 캐내기도 하는데
이러한 삼을 산양삼(山養蔘) 또는 장뇌삼(長腦蔘)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삼을 외국에서는 고려인삼 또는 고려산삼 등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삼의 분포
삼은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한반도와 중국 만주지방과 러시아 연해주 일부지역에서만 생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약효가 좋은 삼은 한반도 남부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것은 기후와 토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산유곡에서 천연적으로 자라난 산삼은 그야말로 산삼이 자리기에 알맞은 환경이 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삼은 옛부터 고려인삼이라고 해서 주변에 있는 국가들이 계속 탐을 내어 조공을 바칠 때 첫 번째로 손꼽히는 특산품이었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삼이 생산되는 지역을 조사하고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시대 성종때부터 편찬하여 중종 25년(1530년)에 완간된 신증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각 고을마다 토산품으로 인삼이 생산되는 곳을 표기하여 놓았다.
이를 종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 영평 가평 삭녕
충청도 : 청풍 단양 괴산 청주 옥천 진천 영동 황간 청산 충주 영춘
전라도 : 무주 운봉 장수 진산 강진
경상도 : 영천 안동 영해 청송 예천 풍기 의성 영덕 봉화 진보 비안 예안 신녕
의흥 합천 칠원 상주 대구
강원도 : 강릉 삼척 양양 평해 간성 고성 통천 흠곡 원주 영월 정선 평창 인제
횡성 철원 춘천 회양 양구 금성 금화 안협 평강 울진 낭천 이천
황해도 : 서흥 안악 수안 곡산 토산 신계 우봉
평안도 : 창성 성천 순천 개천 덕천 은산 영변 희천 운산 태천 영원 벽동 위원
강계 삭주 귀성 곽산 양덕 이산
함경도 : 함흥 영흥 정평 고원 안변 덕원 문천 북청 홍원 삼수 단천 경성 명천
부령 회령 종성 은성 경원 경흥 이성 길성
이상 조사된 것을 한국지도를 놓고 살펴보면 1530년까지 현재의 전라남도 전라북도 서남지역, 충청남도 서북부지역, 경상남도, 경기도 일원, 황해도 서부지역, 평안남북도 서부지역은 인삼이 생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해방전후까지 인삼생산지로 유명한 개성과 금산지역이 그 당시까지 인삼이 생산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재배인삼의 생산지인 개성과 금산이 시대적으로 훨씬 뒤에 인삼생산지로 떠오른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천연적인 산삼은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자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발간된 뒤 약 300년 후가 되는 정조(1770∼1795년)때에 서유거(徐有渠)가 저술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나타난
인삼 생산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경기도 : 양평
충청도 : 청풍 단양 괴산 청주 옥천 진천 황간 청산
전라도 : 무주 운봉 장수 진산 강진
경상도 : 영천 안동 영해 청송 예천 풍기 의성 영덕 봉화 진보 비안 예안 신녕
의흥 합천 칠원
강원도 : 강릉 삼척 양양 평해 울진 간성 고성 통천 흠곡 원주 영월 정선 평창
인제 횡성 홍천 철원 춘천 회양 양구 금성 금화 하천 안협 평강
황해도 : 서흥 안악 수안 곡산 토산 신계
평안도 : 창성 성천 순천 개천 덕천 은산 맹산 영변 희천 운산 태천 영원 벽동
초산 위원 강계 삭주
함경도 : 함흥 영흥 정평 고원 안변 덕원 문천 북청 이원 홍원 갑산 삼수 덕천
경성 명천 길주 부령 회령 종성 은성 경원 경흥
지금부터 약 200여년전 인삼생산지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바와 크게 변화가 없다.
여기서도 개성과 금산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재배인삼은 200년의 역사도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생산지로 기록되었던 지역이 많이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도 가평 삭녕, 충청도 충주 영천, 경상도 상주 대구, 제주도, 강원도 하천 낭천 이천, 황해도 우봉, 평안도 귀성 곽산 양덕 이산,
함경도 이성 길성 등이 인삼 생산이 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인삼 생산지로 기록되지 않았던 전라도 장수, 강원도 홍천 하천, 평안도 맹산 초산,
함경도 이원 갑산 길주 등이 새로운 인삼산지로 등장했음을 엿볼 수 있다.
(「''신비로운 산삼'' 나도 산삼을 캘 수 있다」 김창식 저, 도서출판 서신, 200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