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심마니는 산삼을 캐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심메마니 라고도 한다.
심메마니란 ''심''은 삼을 ''메''는 산을, 그리고 ''마니''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심메마니란 말은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끼리 사용하는 은어다.
우리나라에서 산삼을 캘 수 있는 지역은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제외한 전역이라고 하겠다.
옛사람들은 산삼을 캘 수 있는 지역으로 함경북도 개마고원일대, 평안북도 강계지방,
강원도 오대산 설악산 금강산, 전라북도 덕유산 지리산 일대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심산유곡에서 산삼을 캐기보다는 야산에서 더 많이 캐고 있다는 것은
심마니들끼리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위하여 활동하는 시기는 4월부터 11월초까지 약 7개월간이라고 하겠다.
약효가 가장 좋은 시기는 처서에서부터 입동까지라고 흔히 말하고 있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일년 중 어느때 채취하거나 약효는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심마니들이 입산하는 날을 미리 정하여 놓는데 1,3,5,7,9등 양수(陽數)를 택한다.
양수는 액운이 끼지 않고 길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호랑이는 산신(山神)의 화신이라고 해서 산신을 노엽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심마니들은 이런 것을 따지지 않고 기분이 좋은 날은 입산을 단행한다.
심마니들은 산속에서 부딪히는 위험이나 외로움을 덜기 위하여 떼를 지어 다닌다.
이때 사람 수도 홀수인 양수를 택하여 무리를 진다. 심마니들이 입산 날짜가 결정되면 그 날부터 근신생활로 들어간다.
첫째로 살생을 하지 않으며 사람이나 짐승의 시체도 보아서는 안된다.
둘째로 고기나 생선같이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셋째로 잔치집이나 초상집에 가지 않으며 상주를 만나는 것도 피한다. 넷째 여자와 관계를 갖지 않는다.
이러한 금기사항은 입산 후에도 지켜진다. 그러나 오늘날 채삼꾼들은 이런 금기사항에 개의치 않는다.
심마니들이 입산하여 채취활동이 시작되면 가급적 말을 하지 않는다.
꼭 할말이 있으면 은어로 한다. 산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속된 세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신성한 산신에게 불경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마니들이 은어로 말하는 것은 조선시대 채삼활동을 금지하고
당국에서 심마니들을 계속 감시하기 때문에 은어를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당국에서 심마니들을 계속 감시하기 때문에 은어를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심마니들이 입산한 뒤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들이 머무를 모둠이라 하는 움막집을 짓는 일이다.
모둠은 나뭇가지로 얽어서 짓는데 비바람을 막아주고 동물의 습격을 피하기 위하여 짓는다.
밤에 잘때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잠을 잔다.
오늘날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당일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잔다해도 천막을 치고 야영을 한다.
심마니들은 산신령의 도움이 없이는 산삼을 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심마니들은 입산하자마자 돌로 단을 쌓고 산신령에게 입산제를 지내고 조석으로 산신제를 올린다.
산신제는 샘이나 물가, 또는 고목나무 아래나 바위 아래에서 지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부정탄다고 해서 은밀히 지낸다.
심마니들은 산신령으로부터 좋은 꿈을 점지받기 위하여 잠을 청한다.
이때 머리는 전에 산삼을 캔 일이 있는 구광쪽으로 하는 것이 상례다.
그렇지 못한 곳이면 어인마니(심마니중 우두머리)가 지정해 주는 쪽으로 누워서 잔다.
산삼을 캘 수 있는 길몽과 흉몽은 다음과 같다.
<길몽>
송장을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가는 꿈
어린이를 업고 산에서 내려가는 꿈
어린이를 끌어안는 꿈
산삼이 사람으로 변하는 꿈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가는 꿈
사람이나 짐승을 살해하는 꿈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를 안는 꿈
돼지를 잡는 꿈
백발노인이 무를 주어 받는 꿈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시체를 업는 꿈
<흉몽>
어린이를 보고도 업지 못하는 꿈
눈 덮인 산을 보는 꿈
얼음에 쌓인 산과 들을 보는 꿈
얻은 무를 남에게 주는 꿈
잡고 가던 지팡이가 부러지는 꿈
여자가 나타나서 즐거워하는 꿈
개가 나타나서 짖어대는 꿈
여자와 함께 놀아나는 꿈
타고 있던 호랑이가 빠져 나가는 꿈
심마니들이 길몽을 꾸면 즉시 작전(채취활동)에 들어가지만 흉몽을 꾸고나면 즉시 하산하고 만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기전에, 산삼을 캐었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미리 정한다.
입산하여 캔 산삼을 골고루 나누어 갖는 것을 원앙메라 하고,
산삼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방법을 독메라고 하는데
이것은 일행이 서로 상의하여 결정한다.
심마니들이 산에 들어가서 산삼을 발견하면 큰 소리로 세 번 ''심봤다'' 하고 외친다.
독메로 정했을 경우 삼을 발견한 심마니가 ''심봤다''를 세 번 외치면 다른 심마니들은 행동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는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는 자기 시야에 들어오는 산삼을 실로 묶어 표하거나 나무가지를 꺾어서
산삼앞에 표한 뒤에 ''심메보시오(산삼캐시오)'' 하고 알려준다.
그러면 기다리던 심마니들은 표시가 되지 않은 산삼이 있는가 살펴보고
자기가 발견한 산삼이 있으면 그것을 캐서 자기 것으로 한다.
산삼을 캐고 난 뒤에 심마니들은 단을 만들어놓고 산신령에게 산신제를 올린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고 나서 정성스럽게 제를 안 올리면 재앙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심마니들은 산에서 서로 은어로 말하는대 심마니들이 주로 사용하는 은어는 다음과 같다.
<심마니들의 은어>
- 사람에 관한 것
심매마니(산삼 캐는 사람), 어인마니(노련한 채삼꾼), 소장마니(젊은 채삼꾼),
몽(꿈), 쥐아미(손), 황득(모닥불), 찌그린다(잔다), 실른다(피우다), 안침하다(휴식하다), 부루치(눈)
- 도구에 관한 것
마대(지팡이), 주루묵(망태), 놀림대(숟가락), 우렁기(밥공기), 감재비(낫), 잘매(도끼), 모둠(움막),
설피(신발), 더구레(저고리), 주제비(바지), 호련(성냥 부시), 우묵이(바가지), 도자(칼), 산재(젓가락), 새용(놋쇠 냄비)
- 산삼에 관한 것
심메(산삼), 내피(1년생 산삼), 왕초(큰 산삼), 오구(100∼200년생 산삼), 육구(200∼500년생 산삼), 마당심(산삼밭),
띠적났다(산삼이 무더기로 났다)
- 음식에 관한 것
모래미(쌀), 무루미(밥), 수음(물), 백사(소금), 질(된장), 흘림(술), 다부린다(먹는다)
- 짐승에 관한 것
산개(호랑이), 진대마니(뱀), 넙대(곰), 흑저귀(까마귀), 서산이(쥐), 마당너구리(개), 쿨쿨이 중머리(돼지)
- 자연에 관한 것
고무(소리), 백운성(계곡), 고분성(산줄기), 자래(나무), 찌기(돌), 건들레(바람), 히게(눈), 줄멩이(비),
데팽이(안개), 꽹과리(달), 노리개(해)
(김창식,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