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기록이다.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하거나 산행일기를 쓰거나 산행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 모두가 등산의 증거이자 최종 결과물이다. 특히 사진촬영은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확실한 기록 방법으로 보편적이면서도 인기가 높다. 오죽하면 많은 사람들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말에 설득당해 억지 기념사진을 찍겠는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좋은 사진이 목적인 이들은 그만큼
카메라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증거용이나 회고용 기록 남기기 정도라면 카메라의
좋고 나쁨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작고 가벼운 자동카메라면 충분하며, 일회용 카메라로도 아쉬운 대로 기록사진을 만들 수는 있다. 물론 계속해 사진을 찍다보면 욕심이 생겨
전문가급 수준의 장비와 실력을 갖추게 되는 분들도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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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DSC-F717(524만화소),캐논 파워샷 G2(412만화소), 캐논 파워샷 G3(410만화소)(왼쪽부터) |
카메라의 종류는 사용하는 필름, 크기, 용도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
몇 해 사이 디지털카메라가 혜성처럼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등산인들의 기록용 카메라도 많은 부분 디지털화 되어가는 추세다.
디지털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필름
보다 작고 가벼운 콤팩트플래시(CF)나 스마트미디어(SM)와 같은 저장미디어에 디지털 처리된
화상을 저장한다.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 필름 구입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사진으로 뽑을 경우 인화비용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하더라도 필름과 현상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는다. 게다가 촬영 후 즉시 확인이 가능해 필요 없는 사진은 즉시 삭제해 정리할 수 있다. 언제나 최상의 사진만 선택해 저장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사진을 찍어도 건질 게 많아진다.
디지털카메라 사진의 화질은 보급형 필름 자동카메라와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이다. 물론
화소수에 따라 확대 가능한 한계가 있긴 하지만, 200만 화소급이면 기록사진 촬영용으로는 충분
하다. 이메일 사용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사진 교환도 디지털 데이터로 주고받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디지털카메라는 앞으로 더욱 쓰임새가 많아질 장비임에 틀림없다.
필름과 현상과정이 필요없어 편리
등산과 트레킹 등 아웃도어 분야에서도 디지털카메라의 약진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필름 걱정 없어 부담 없이 찍을 수 있고, 그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즉흥성이 야외활동의 역동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물론 디지털카메라도 전자 장비인 만큼 야외의 가혹한 조건에 취약하고 배터리가 소진
되면 무용지물이라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불편은 이미 필름용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도
겪어온 것들이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화상을 기록하는 저장매체만 변경했을 뿐, 카메라의 원리를
뒤엎은 제품은 아니다. 화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부분을 CCD(Charged Coupled Device·
전하결합소자)라는 부품으로 대체했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소를 필름에서 디지털미디어로
바꾼 것이 요체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사용자들은 필름 카메라와 비교할 수 없는 많은 편의를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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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 카플리오 RRIO(211만화소)(좌), 산요DC-1000Z(150만화소)750MB광디스크 탑재와 강력한 동영상 촬영기능이 돋보이는 제품(우) |
디지털카메라 성능은 화소수로 나타낸다. ‘200만 화소급이다, 500만 화소급이다’하는 것은 그 카메라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 해상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숫자가 높은 제품일수록 고해상도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고화질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디지털카메라의 촬영 원리는 셔터를 누르는 전기적 신호를
받아 렌즈를 거친 화상이 CCD에서 디지털화되어 화상처리
장치를 통해 기록미디어에 저장되는 것이다. 때문에 렌즈를 비롯해 화상을 받아들이는 CCD의 크기와 화소수가 카메라의 성능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카메라는 100만, 200만, 300만, 400만, 500만 화소급으로 구분된다. 화소수가
높을수록 좋다고는 하지만 기념사진만 찍을 사람에겐 과잉성능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고화질의 제품은 그만큼 고가일 뿐 아니라 부가적으로 갖춰야하는 메모리나 액세서리 등의 수준이 같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카메라도 자신의 용도에 맞는 수준의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 구성이나 잉크젯 프린터에서 출력할 용도라면 130만 화소급의 제품으로도 충분
하며, 8×10 크기 이하의 사진으로 인화해 보관하려는 사람들은 200만 화소급이 적당하다. 300만
화소급은 200만 화소급 제품에 비해 고화질을 제공하나 어중간한 면이 있고, 400만 화소급 제품은
500만 화소급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가격 대비 성능으로 따지면 매력적인 제품이다.
500만 화소급 제품은 비싸고(200만 화소급의 3배 이상), 선택이 제한적(소니, 니콘, 올림푸스,
미놀타 4개 회사 제품뿐)이긴 하지만, 출판이나 작품용 사진 등 고화질을 요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고 있다.
배터리 관리가 활용도 높이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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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필름 파인픽스 4900Z(330만화소)(좌),코닥 DX-3500(230만화소)(우) |
화소수가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배터리 소모량이 많은 전자장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카메라는 모든 동작이
전기에 의해 이루어지기에 일반 카메라에 비해 훨씬 배터리가 빨리 소진된다. 액정화면을 장시간 켜 놓거나 줌 렌즈 조작을 빈번하게 하면 순식간에 기전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아무리 번거로워도 여벌의 배터리를 준비하고, 액정화면보다
뷰파인더를 주로 사용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대치로 관리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디지털카메라 구입 시 해당 기종의 배터리 특징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최근 출시되는
초소형 제품 중에는 전용 배터리만 사용하는 제품도 있는데, 이런 카메라는 예비 배터리를 준비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전용 배터리와 일반 건전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배터리 걱정을 덜 수 있어 편리하나, 상대적으로 부피가 크다는 것이 단점. 요즘에는 카메라용
리튬전지와 규격이 같은 충전용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호환성과 배터리의 용량 확보를 동시에
구현한 제품도 있다. 배터리 관리는 디지털카메라 활용을 크게 좌우하는 문제이므로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최근 올림푸스한국(대표 방일석)은 자사의 디지털카메라가 히말라야의 혹한 속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한 겨울철 내구성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네팔의 임자체(6,819m) 등반대에 디지털카메라를 지원해 고도와 기압·온도·바람 등의 상황에 따라 카메라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를 실험했다.
결과적으로, 영하 20℃를 오르내리는 정상 부근의 고도에서도 디지털카메라는 무리 없이 작동했다. 이는 디지털카메라가 혹한에 약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기 위한 제조업체의 마케팅 전략이라 판단된다.
사실 배터리로 작동되는 디지털카메라는 추위에 약할 수밖에 없다.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의
기전력이 급격히 저하됨은 물론, 화상을 받아들이는 CCD의 성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휴대하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추위에는 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케이블 접속이나 기록미디어 리더 등을 이용해 PC로 옮겨 저장하면 화질의 변화 없이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또 필요할 때는 언제나 불러다 볼 수 있고,
프린터로 인쇄해 보관도 가능하다.
보다 깨끗한 화질의 사진을 원할 때는 출력소로 보내 적당한 사이즈로 인화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사진인화’라는 단어로 검색해보면 디지털사진 인화를 전담하는 회사들이 여럿 나온다. 이러한 업체를 이용하면 집에 앉아서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화해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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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오 QV-3500EX(334만화소),니콘 쿨픽스5000(524만화소),삼성테크윈 디지맥스 350SE(334만화소)(왼쪽부터) |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브랜드
로는 소니(Sony), 니콘(Nikon), 리코(Ricoh), 산요(Sanyo), 삼성, 올림푸스(Olympus),
캐논(Canon), 코닥(Kodak), 후지(Fuji),
파나소닉(Panasonic), 미놀타(Minolta),
휴렛팩커드(HP), 카시오(Casio) 등이 있다.
거의 모든 제작사들이 100만 화소급부터 300~400만 화소급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몇몇 업체가 500만 화소급과 전문가용 디지털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다.
고화소 제품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카메라는 같은 화소급의 제품끼리는 거의 유사한 사용 환경을 제공한다. 특별히 어떤 제품이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거나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사용하는 저장미디어와
배터리,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각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파악하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여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카메라의 화소수가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반면 나빠진 점도 있다. 고화소의 제품들은 촬영 이미지의 데이터 양이 많아져 고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게 된다. 결국
사용자는 저장미디어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기능의 다양화와 데이터 처리량의 증가로 배터리 소비량이 커지기 때문에 고가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야하는 부담도 생긴다. 카메라 조작시간도 전반적으로 느려졌다. 데이터가 커지니 컴퓨터에서 로딩해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되었다.
물론 최신 성능을 원하거나 인쇄 등 고화질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고화소 제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고화소 제품이 필요치는 않다. 사용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산행 기록용
이나 기념촬영이 주 목적이라면 200~300만 화소급 제품이면 충분히 원하는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