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님과 벗
---김소월---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그렇다. 좋은 술이 있고 또한 지기가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부러워 하겠는가!
(이 소월의 시는 술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님과 벗에 관한 내용이지만 나는 늘 그 마지막
구절이 기억에 남고 마음에 들어 기억하고 있었기에 한번 옮겨 보았음)
(2) 주도유단(酒道有段; 청록차 시인 조지훈 선생의 분류)
酒聖,酒仙임을 자처했던 조지훈 선생께서는 술을 마신 연륜, 술을 함께 마신 친구, 술을 마신 동기,
술을 마신 기회, 그리고 술버릇 등을 묶어 술마시는 사람의 등급을 모두 18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내용을 아래와 같다. 본인은 어디쯤 해당이 되겠는지 한번 가늠해 보시기를...^^
1. 부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 9급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8급
3. 민주(憫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겁내는 사람, 7급
4. 은주(隱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사람, 6급
5. 상주(商酒) :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 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사람, 5급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 4급
7. 수주(睡酒) :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3급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2급정도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珍景)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 주졸(酒卒) 초급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徒) 1단
11. 기주(嗜酒) :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 주객(酒喀) 2단
12. 탐주(耽酒) :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 주호(酒豪) 3단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4단
14. 장주(長酒) : 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 주선(酒仙) 5단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6단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함께 유유자적 하는 사람. 주성(酒聖) 7단
17. 관주(關酒) :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 주종(酒宗) 8단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9단. 열반주(涅槃酒)
저는 어쩌면 기주 정도는 될지 모르겠고 거짓말을 좀 보태면 16 단계인 낙주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
(3) 月下獨酌(달빛아래 홀로 마시다)
주당교(酒黨敎)의 위대한 교주님 이신 酒仙 이백(李白) 님의 불멸의 작품인 월하독작
(月下獨酌 ) 4 수를 올려 드리면서 이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했던 술 이야기를 접을까
합니다. 그동안 재미없는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신 여러 강호의 주당 제위님들께 삼가
깊은 감사인사를 드리는 바 입니다.
月下獨酌 (1)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길이 무정한 놀음 저들과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月下獨酌 (2)
天若不愛酒 --천약불애주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부재천 ......하늘에 주성이 있을리가 없고
地若不愛酒 --지약불애주 ......땅이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지응무주천 ......땅에 어찌 주천이 있겠는가
天地旣愛酒-- 천지기애주 ......천지가 이미 술을 즐겼으니
愛酒不愧天-- 애주불괴천 ......술즐김이 어찌 부끄러우랴
已聞淸比聖 --이문청비성 ......듣기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복도탁여현 ......탁주를 일러 현인과 같다하니
聖賢旣已飮-- 성현기이음 ......성현을 이미 다 마신후에
何必求神仙 --하필구신선 ......신선을 더 구하여 무엇하랴
三盃通大道-- 삼배통대도 ......석잔술로 큰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한말술에 자연과 하나 되나니
俱得醉中趣 --구득취중취 ......취하고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勿謂醒者傳 --물위성자전 ......깨어있는 이에게 전하지 말라
月下獨酌 (3)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삼월이라 함양성에
千花晝如錦--천화주여금.....갖가지 꽃핀 낮이 비단 같구나
誰能春獨愁--수능춘독수.....뉘라서 이 봄 수심에 잠기리
對此徑須飮--대차경수음.....이 풍경 마주하여 마시리로다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궁핍하거나 형통함, 명의 길이가 짧음도
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일찌기 조물주로 부터 받은것 이니
一樽齊死生--일준제사생....한통의 술이면 삶과 죽음이 같은것 이요
萬事固難審--만사고난심.....세상만사는 원래 알기가 힘든것 이다
醉後失天地 --취후실천지.....술에 취하여 천지를 잃어 버리고
兀然就孤枕--올연취고침.....쓰러져 홀로 잠에 빠지면
不知有吾身--부지유오신.....이 내 몸이 있음도 모르게 되니
此樂最爲甚--차락최위심....이 즐거움이 으뜸 이로다
月下獨酌 (4)
窮愁千萬端 --궁수천만단.....근심걱정은 천만가지요
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아름다운 술은 삼백잔 이라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근심은 많고 비록 술은 적으나
酒傾愁不來--주경수불래.....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은 오질않네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하여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알겠구나
酒감心自開--주감심자개.....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열리고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수양산에서먹기를 사양했던백이숙제나
屢空飢顔回--누공기안회.....빈 쌀뒤주에 굶주린 안회 나
當代不樂飮--당대불락음....살아생전 술마시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헛된 이름 남겨 어디 쓰겠나
蟹오卽金液--해오즉금액.....게의 집게발 안주는 황금액 이요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술지게미 더미는 봉래산 이라
且須飮美酒--저수음미주.....모름지기 아름다운 술을 마시며
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달을타고 취하여 놓은대에 오르리
저는 이 4 수의 시 중에서 두번째의 것을 특히 좋아 합니다. ^^
다른 것들은 그저 한번 보시기나 하시라는 의미에서 같이 한번 올려 봤습니다.
많이 누락된 얘기들도 있긴하지만 그 얘기들을 다하려면 블로그가 산꾼의 블로그가 아닌 무슨
주당의 블로그 인줄 오해하실 분도 있을것 같아 부득이 여기에서 얘기를 접습니다.
나머지 못다한 얘기들을 훗날로 미루겠습니다. ^^
또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도 별로 없다고들 하지요. ^^
산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고요. 그 말이 맞다면 아마도 저 는 그렇게 악한은 아닌가 봅니다. ^^
이런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도 그럴것 이고.....
술은단순한 식용 알콜이 아니라 정(情)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그 보다 좋은게 없을 겁니다. 모두들 적당히 마셔서 정을 더욱 도탑게 하시고
즐거운 삶이 되시길 빕니다.